“15년 전 훔친 책값” 왈칵…서점에 1백만원 두고 간 손님

지난해 11월 교보문고 강남점을 찾은 어느 30대 손님이 두고 간 1백만원과 손편지. 교보문고 제공고등학생 시절 교보문고에서 책 등을 훔친 데 대한 반성의 뜻으로 해당 서점에 현금 1백만원을 두고 간 어느 30대 손님의 사연이 감동을 안기고 있다.

2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교보문고 강남점을 찾은 30대 손님 A씨는 별다른 말 없이 카운터에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당시 이곳 서점 직원들은 해당 봉투를 분실물로 여겨 보관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자 최근 봉투를 열어봤다. 그 봉투 안에는 5만원권 지폐 20장과 손편지가 들어 있었다.

A씨는 편지를 통해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과거 일화를 털어놨다.

편지 내용을 보면 A씨는 고등학생이던 15년여 전 책을 읽기 위해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자주 찾았다. 이 과정에서 책과 각종 학용품에 여러 차례 손을 댔다. 결국 그는 서점 직원에게 발각됐고, 아버지가 책값을 지불하기도 했다.

A씨는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마지막 도둑질을 걸리기 전까지 훔쳤던 책들과 학용품, 그것이 기억났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과 아이들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못은 이해해 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며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손편지 내용. 교보문고 제공그는 끝으로 “저도 교보문고에 신세졌던 만큼 돕고 베풀고 용서하며 살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사연을 보고받은 교보문고 안병현·김상훈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책을 훔쳐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르라고 했던 창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문고 창업자인 고(故) 신용호 전 회장이 설립 당시부터 강조해온 5대 지침 중에는 ‘책을 훔쳐 가더라도 절대로 도둑 취급하여 망신을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나머지 지침은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그 대상이 초등학생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책을 한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보기만 하고 구매하지 않더라도 눈총을 주지 말 것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제지하지 말고 그냥 둘 것 등이다.

이 손님이 두고 간 1백만원은 교보문고 측이 더한 1백만원과 함께 아동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