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바이든 조사한 특검 “기억력 나쁜 노인”|동아일보


올 11월 두 번째 4년 임기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억력 문제로 궁지에 몰렸다. 1942년생으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인 그가 재선되면 86세로 퇴임한다. 말실수 잦고, 자주 넘어지더니 이번엔 지난주 특별검사가 내놓은 345쪽 수사보고서가 미 정가를 흔들고 있다.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는 과체중 도널드 트럼프(77)가 아니라 늘 운동하고 건강 식단을 챙기는 바이든(81)에게 생긴 건강 논란이 역설적이다.

▷한국계인 로버트 허(Hur) 특검은 바이든이 부통령에서 퇴임한 뒤 이란 우크라이나 군사기밀을 자택으로 가져간 일의 불법성을 수사했다. 바이든은 “참모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고, 1년 수사의 결론은 “중범죄 혐의 없음”이었다. 사달은 그 이유에서 시작됐다. 허 특검은 “기소하더라도 대통령 변호사들은 배심원단에게 바이든을 ‘착하지만 기억력은 나쁜 노인’으로 묘사할 것이고, 결국 유죄 평결을 받기 어렵다”고 썼다. 미 특검은 조사를 마칠 때 유죄 가능성 판단을 밝혀야 한다.

▷허 특검은 지난해 10월 8, 9일 이틀에 걸쳐 5시간 동안 바이든을 백악관에서 조사했다. 그는 보고서 곳곳에 “의사소통이 느리고…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는 표현을 남겼다. 바이든은 반박문을 통해 “조사 시점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7일) 이튿날로, 내가 국제분쟁의 한복판에 서 있을 때여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특검은 자택에서 찾은 녹음테이프에 기밀이 담겼는지도 확인했다. 확인 결과 바이든이 책 대필작가에게 구술한 테이프였다. 특검은 “녹음 속 바이든은 때론 듣기 고통스러울 정도로 말이 느렸다(painfully slow)”거나 “수첩을 보고 말하는 것도 힘겨워했다”고 썼다. “대통령이 내부 회의 때나 외국 정상과 만날 때는 판단이 날카롭다”는 백악관 해명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메시지를 반박 못 하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 공식이 워싱턴에서도 작동됐다. 민주당은 허 특검을 향해 “정치 목적으로 권한 밖의 일을 했다”는 공세를 폈다. 허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메릴랜드주 연방검사에 임명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공화당원이다. 하지만 그를 특검에 임명한 것은 바이든의 법무장관이었다.

▷“돈을 더 안 내면 러시아의 나토 공격을 장려하겠다”는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트럼프 캠프는 역공 소재로 삼고 있다. 공화당은 문제의 5시간 대화록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녹음 속 하나하나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91개 혐의로 4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말과 행동이 둔해지는 바이든. 미국인들은 11월 두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투표권 없는 우리는 한반도 운명에 직결된 미국의 선택을 숨죽이며 지켜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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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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