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병 상해-위협 사건에 대한 ‘원칙적 대응’이 반가운 이유[손효주 기자의 국방이야기]|동아일보


지난달 6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의 진입을 시도 중인 모습. 뉴스1
손효주 기자손효주 기자

당연한 것이 가장 낯설 때가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진행 중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대상 수사가 그런 경우다.

국방부 직할 최고위 수사기관인 조사본부는 지난달 중순 대진연 회원 15명을 입건해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지난달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하다가 대통령실과 국방부로 통하는 출입문을 지키던 초병 5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군형법상 초병 상해 및 초소 침범 혐의가 적용됐다.

초병들이 다친 만큼 군 수사기관도 수사하는 건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도 군 내부에선 “(민간) 경찰이 이들에게 공동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는데 군이 별도로 군형법을 적용해 수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왜 “낯설다”는 반응이 나오는 걸까.

그간 민간인들의 초병 폭행, 협박 등 각종 사건에 대해 군이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지 않고 다소 미온적으로 다뤄온 게 한 이유로 거론된다. 군 수사기관은 문제가 된 민간인을 직접 입건하는 것을 주저해온 게 사실이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 등 각종 훈련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각 지역 부대 앞에서 시위하며 초병들에게 욕설하고 위협하거나 부대에 침입하려고 초병의 몸에 손을 대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라면서도 “보통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시민단체 및 지역민과의 상생 등을 이유로 크게 문제 삼지 않아 온 것이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는 초병이 폭행당했을 때는 물론이고 폭행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초병들은 부대에 따라 공포탄이 장전된 총기나 진압봉, 테이저건 등을 휴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받은 초병이 무기를 사용해 대처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병이 위협당해도 법대로 무기 사용을 결심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하지 마십시오’ 정도로 말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체 판단해 무기를 사용했다가 인권단체가 과잉 대응이라는 등 문제를 제기하면 뒷감당은 누가 하겠느냐. 자칫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과 원칙대로 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도 했다.

군 내부에선 민간인을 상대로 군인이 진압봉을 들거나 군 수사기관이 직접 입건할 경우 “군사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식의 비판이 일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군이 과도하게 위축돼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결국 초병에 대한 위해로 이어지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사례가 쌓여 초병이나 군부대를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 정도로 인식시켰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법과 원칙에 따라 군이 엄정하게 대응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일어난 ‘제진검문소 민간인 침입 시도 저지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오토바이를 탄 남성 3명은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을 사전 신고 없이 무단 진입하려다가 제진검문소 초병들의 제지를 받았다. 초병들은 5차례 구두경고를 했지만 이들은 오토바이로 돌진할 태세였다. 욕설을 하는 등 위협도 했다. 이에 초병 2명은 매뉴얼에 따라 공포탄 총 2발을 지면을 향해 발사했다.

문제의 남성들은 군이 과잉 대응을 했다며 언론 인터뷰에 스스로 나서는 등 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려 시도했지만 오히려 여론의 역풍만 맞았다. 이들 중 1명은 초병 폭행 혐의로, 또 다른 1명은 초병 폭행 및 초소 침범 혐의로 기소돼 현재 군사법원의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제진검문소에서의 대응에 더해 이번 국방부 조사본부의 대진연 회원 대상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른 군의 바뀐 대응을 보여줄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의 대응을 해온 군이 달라졌다는 점을 대외에 알릴 신호탄 격 대응이 될 수 있다. 군 당국이 대진연 회원들을 별도로 수사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군 수사기관 고위 관계자는 “의무 복무하러 온 애들이 다친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군 당국 차원의 강경 대응은 군이 의무복무자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는 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무 복무를 위해 입대한 청년들에게 위해를 가한 문제에 대해선 적어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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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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