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만 불쌍해”…역대급 비호감 대선 예고한 ‘2월 8일’


연합뉴스
올 11월 미국 대선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재대결’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2월 8일’은 두 후보가 갖고 있는 최대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루가 됐다.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 매치’가 될 경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동시에 연출된 것이다. 
 
최근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셋 중 둘은 올 대선에서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고, 고령·사법 리스크를 양 후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짚었다. 
 
지난 2월 8일,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연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이 있는 지를 최종 판단하기 위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해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수정헌법 14조 3항에 따라 공직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상고하면서 연방대법원이 ‘칼 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물론 미시간·일리노이주 등에서는 콜로라도와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됐지만, 미국 대선 유력 주자에게 ‘내란 선동’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는 모양새는 남우세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연방대법원의 ‘구두 변론’이 생중계 되고 언론 보도가 대거 이어지면서, 전국의 유권자들은 안그래도 싫은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와 반론 등을 귀가 아프게 또 듣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현재 미국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에게 ‘대선 출마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여하튼 최종 결정을 대법원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희생양일 뿐 무고하다’는 일종의 ‘자신감’의 피력이지만, 어떻게 보면 피고인이 재판관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다소 오만해 보이는 이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는 늘상 비판을 받고 있는 대목이었고, 따라서 이날만큼은 어찌됐든 바이든 대통령이 긴 대선 레이스 중에서 정치적 우위를 점한 날로 끝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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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문서 유출 혐의를 조사해온 로버트 허 특검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기소 대상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려 짐을 덜어주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도 기밀 자료를 고의로 보유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유죄를 입증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같은 기밀 문서 유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이중 잣대’라고 즉각 반발했지만, 불과 몇시간 후에 양측의 희비는 또한번 엇갈렸다.
 
허 특검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특검 보고서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언급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가 없는 노인'(well-meaning, elderly man with a poor memory)으로 표현해 바이든 대통령측이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결론적으로 ‘무시 작전’이 좋았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고 결국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더 붙인 격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며 특검 발표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특검 지적에 대해 “어떻게 감히 그런 얘기를 꺼낼 수 있느냐”며 “내 기억력은 괜찮고 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 인물”이라고 말했다.
 
특검 보고서에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언제 부통령으로 재직했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장남 보 바이든이 몇 년도에 죽었는지도 떠올리지 못했다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다소 격앙된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얘기하다가 멕시코 대통령과 이집트 대통령의 이름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자지구의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멕시코의 대통령 엘시시는 인도주의적 물자가 들어가는 문을 열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압델 파타 엘시시는 멕시코 대통령이 아니라 이집트 대통령이다. 
 


불과 이틀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머뭇거렸던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본전도 찾지 못한 또 하나의 긴급 기자회견이 된 셈이다. 
 
트럼프 캠프측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평가하며 쾌재를 불렀다.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전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를 혼동했다”면서도 “유권자들이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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