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뒤 홍콩ELS 2차 현장 검사…은행 압박 통할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확인된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겠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열린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규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 등을 통해 다시는 후진적인 형태의 불완전판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7일까지 홍콩 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발생한 손실 규모는 약 6630억원에 달한다. 손실률은 53.8%에 이르고 올해 상반기에만 10조 2천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 원장은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떠나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손실액을 분담했으면 좋겠다”며 은행권의 자율 배상안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달 8일부터 11개 주요 판매사(5개 은행·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진행하면서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를 살폈다.

설 명절 직후부터 이달 말까지 2차 현장검사에 나서며 은행권을 압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1차 검사에서 일부 확인된 불완전판매 유형을 정리하고 각 금융회사별로 자체 점검도 요청한 상태다.

실제로 이 원장은 지난 5일 “명절 이후에는 11개사 플러스 알파(α)의 금융회사에서 유형화된 문제들을 자체 점검하거나, 다른 문제점을 발굴하는 과정을 2월 마지막주까지 정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은행권은 전체 H지수 ELS 중 82%를 판매했다.

KB국민은행이 약 8조원 어치를 팔았고, 신한은행이 2조 4천억 원을 판매했다. 이어 NH농협은행 2조 2천억 원, 하나은행 2조 원, 우리은행이 600억 원 순이었다.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자율배상의 기준은 은행권이 금융상품 판매의 적합성을 지켰는지 여부로 가려질 전망이다.  

ELS 상품 가입이나 재가입의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 원장은 “만약 판매사에서 재가입을 명분으로 스리슬쩍 가입을 권유했다면 금소법 원칙 위배 이슈가 있을 수 있다. 재가입이라고 해서 자기책임 원칙을 져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금감원은 이달 안에 합리적 책임분담 기준안을 만드는 것과 별도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을 위해 은행권도 자율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규모에 대해서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들이 수긍하는 부분은 자발적으로 일부라도 (배상)해드릴 수 있다면 당장 유동성이 생겨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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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자율배상 압박에 당장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콩 H지수 ELS 판매 과정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거쳐 자율조정 방식으로 손실 보전이 이뤄져야지, 금감원의 배상기준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향후 본격적인 분조위나 손해배상 소송, 금융당국 징계 절차 등에서 은행이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여기에 자율배상 카드를 먼저 꺼내들면 홍콩H지수 불완전판매 의혹 자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인 데다, 자율배상 자체가 은행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당장 내부적으로 자율 배상 논의를 시작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불완전판매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는 물론 당국의 책임분담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배상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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