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밀레이, 100일간 1000개 개혁안… 협치 못해 표류|동아일보


[지금, 이 사람]

재정-공무원 감축 고강도 정책

법안 통과 못시키고 노조 총파업

연간 물가상승률 276% 고통 여전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vs “밀레이 집권 후 살림살이만 나빠졌다”.

지난해 12월 10월 취임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이 18일 집권 100일을 맞았다. 극우 성향이며 자유경제 신봉자인 그는 좌파 정권의 오랜 집권과 보조금 직접 지급 정책 등으로 만연한 고물가, 페소 가치 하락 등을 해결하겠다며 1000개 이상의 강도 높은 개혁 정책을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페소 평가 절하, 생필품 가격 상한제 폐지, 공무원 감원, 에너지 보조금 삭감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들은 밀레이 정권의 일방통행식 개혁, 생활고 심화 같은 부작용에 적지 않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올 1월 24일에는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노동자총연맹(CGT) 등이 5년 만에 총파업도 벌였다.

밀레이 대통령이 속한 집권 자유전진당은 하원 257석 가운데 40석, 상원 72석 가운데 7석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밀레이 정권은 의회 권한을 행정부로 대폭 가져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366개의 규제 철폐안을 한꺼번에 모은 이른바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위헌 논란 속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경제 부문의 성과도 아직은 미미하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해 전 같은 달보다 276.2% 뛰었다.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지난해 11월(160.9%)보다 100%포인트 넘게 올랐다. 이달 들어 쇠고기, 계란, 유제품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것도 국민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작은 정부와 긴축 재정을 내내 강조했던 밀레이 대통령이 2월 월급을 1월보다 48% 인상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한 달 만에 취소한 점, 대학을 갓 졸업해 특별한 경력이 없는 23세 여성 헤랄디네 칼베야를 이달 초 내무부 산하 국가인명등록관리소의 국장급으로 앉힌 것도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이런 여파로 지지율은 하락세다. 현지 매체 ‘파히나12’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4%로, 긍정평가(46%)를 웃돌았다. 취임 직후 긍정평가(61%)보다도 많이 떨어졌다. 또 다른 현지 매체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는 밀레이 대통령의 초기 정책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고 평했다.

중남미 좌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시초 격으로 꼽히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 이후 수십 년간 좌파 지도자가 주로 집권했고, 이를 통해 누적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취임 100일 된 신임 대통령의 성과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수십 년간 누적됐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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