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 ‘1980’, 철수와 영희의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


영화 ‘1980’(감독 강승용, 2024)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승용 감독의 영화 ‘1980’이 3월 27일 개봉 예정이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 17일 전남도청 뒤편에 개업한 화룡반점네 가족들이 5월 27일까지 겪은 일을 담았다. 그들이 느닷없이 겪은 일은 바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다. 

 

그동안의 영화들로 순서 퍼즐을 좀 맞춰보면, ‘1980’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2023)이 담아낸 1979년 12.12 5개월 후의 이야기이고, ‘택시운전사’(장훈, 2017), ‘화려한 휴가’(김지훈, 2007)처럼 5.18 직전, 직후의 이야기이다. 이전 영화와 닮은 듯 닮지 않은 ‘1980’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싶다.

 

– 철수와 영희, 그 누구의 이야기 

 

‘1980’의 이야기는 평범한 이들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오랜 주방장 생활 끝에 드디어 화룡반점을 개점한 아버지(강신일), 열심히 식당 일을 하는 만삭의 며느리-철수 엄마(김규리), 아버지의 화룡반점을 물려받고 싶은 아들-철수 삼촌(백성현), 삼촌과 곧 결혼하는 수진(전수진), 철수 엄마의 동생 이모(김민서), 세 들어 미장원을 운영하는 영희 엄마(한수연), 그리고 초등학생인 철수(송민재)와 영희의 일상이 영화 초반을 채운다. 

 

‘1980’의 등장인물 소개에는 어른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도 아버지, 할아버지, 누구네 엄마, 아빠, 이모, 삼촌으로 불릴 뿐이다. 이름 없는 어른들과 이름이 철수와 영회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 그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출산을 앞두고, 결혼을 앞둔 가족은 화룡반점의 대박을 꿈꾼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화룡반점은 점점 위기의 공간이 되어 간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택시운전사’나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들처럼 점차 역사의 소용돌이 중심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택시운전사’에서 광주 지역 택시 운전사들의 가족이 나왔던 장면과 닮았고, ‘화려한 휴가’에서 택시운전사 민우(김상경), 민우의 동생인 고등학생 진우(이준기), 간호사 신애(이요원),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가 점차 시민군이 되어가기 이전 장면과 닮았다. 

 

‘1980’의 카메라는 시위 현장이나 시민군 사이로 들어가는 대신, 화룡반점 주변에 머문다. 단골 학생들과 군인들의 아슬아슬 식사 상황이 펼쳐지고,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평화롭던 화룡반점과 골목, 동네의 일상은 무너진다. 넓은 전경을 보여주는 화면도 없어, 영문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었을 사람들의 답답함도 느껴진다. 영화 초반에는 코믹한 장면도 꽤 등장하는데, 점차 화룡반점 사람들은 희생자가 되고, 가해자가 되고, 빨갱이로 불린다. 철수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 영희도 자신의 아빠가 나쁜 군인인지 좋은 군인인지 혼란스럽다. 

 

영화 ‘1980’(감독 강승용, 2024) 두 포스터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흑백과 컬러의 대비 

 

‘1980’은 1979년 10.26, 12.12 소식을 전하는 흑백 자료 영상으로 시작한다. 당시 신문과 뉴스 영상에 자막까지 추가되어,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1980년 5월 17일 개업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화룡반점 장면으로 이어진다. 알록달록 풍선 장식과 광대가 보이고, 사물놀이패가 신명 나게 한판 벌이는 장면으로 앞선 자료화면과는 대비가 된다. 

 

이후에도 이 영화는 흑백의 자료 영상들과 자막을 보여주는데, 덕분에 역사적 소용돌이와 소시민의 일상이 공존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엄혹한 정치적 상황이고, 무지막지한 폭력이 더욱 강해질 상황에서, 열심히 밝게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의 이야기는 더욱 불안하고, 비극적이다. 

 

‘1980’ 관람을 통해 영문도 몰랐던 영화 속 인물과는 다르게 당시 상황을 파악하며,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목격하기를 바란다. 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과 감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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