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게가 아니라 플라스틱게?···국제협약 어디까지 왔나


‘인류세 소라게의 플라스틱 집’ 연구 갈무리

플라스틱 병뚜껑에 들어가 있는 소라게를 보신 적이 있나요? 플라스틱 해양 폐기물이 늘면서, 소라게가 ‘플라스틱게’가 된 셈입니다. 소라게들에게는 ‘새로운’ 외관의 모습을 해 서로 매력적으로 보이고, 가볍고, 쓰레기가 많은 곳에서 위장할 수도 있어 선택한 것일 수 있다곤 해요.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진화생물학연구소 소속 연구진이 낸 이 연구의 제목은 ‘인류세 소라게의 플라스틱 집’입니다.

설 명절에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많이 나올 텐데요. 세계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을 만들고 있어요. 오는 4월에는 캐나다에서 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4)가, 11월에는 부산에서 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열립니다. 그리고, 올해까지 플라스틱을 규제하는 첫 국제협약이 생길 전망이에요. 어떤 내용이고, 한국의 역할은 뭘지 기자와 함께 따라가 봅시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1일 서울 신촌역 스타광장에서 정부에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1일 서울 신촌역 스타광장에서 정부에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플라스틱협약 어떻게 진행돼 왔나

유엔환경총회는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 결의안을 채택했어요. 그리고 어떤 플라스틱을 생산, 사용, 처리, 환경 유출 단계별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가지고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요. 2022년 12월에 있었던 1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협약이 어떤 범위까지 다룰 것인지를 논의하고, 선진국·개발도상국의 입장 차를 확인했어요. 2차 회의가 열렸던 프랑스 파리에서는 목표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갈지, 그리고 ‘순환 플라스틱 경제’라는 말이 포함돼도 되는지 등이 논란이 됐습니다. 3차 회의에서는 어떤 이행 수단과 조치가 필요하고, 규제 수단은 뭔지 등을 논의하고 있어요.

INC-3을 마치고 오는 4월 진행될 INC-4를 위해 지난해 연말에 UNEP가 낸 초안을 보면, 제품 디자인, 구성, 사용과 비-플라스틱 대체품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어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활용하는 방법, 각국의 이행 계획·진행 상황 보고의 방식 등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1차 원료 사용을 2040년까지 몇 퍼센트 줄일 것이냐, 플라스틱이 정말 사람 건강에 해로운 게 맞냐 등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상태라고 합니다.

노르웨이 경제대학 응용연구센터,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교,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 등 연구진이 지난 2일 낸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에 대한 국제 환경 법률·프로토콜의 통찰’ 연구를 보면, 과거 유해 오염물질의 사용을 금지·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인간에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보다는 대체 물질의 가용성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과거엔 ‘환경 오염’ 문제가 규제의 더 주된 원동력이었다고 해요. 참고할만한 사례로는 지난해 ‘오존층 회복’ 소식이 알려졌던 계기가 된 몬트리올 의정서를 말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리 지식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규제의 확립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짚고 있어요.

지구의날 홈페이지 갈무리

지구의날 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중요성을 고려해 매년 4월 22일인 지구의날의 올해 주제는 ‘지구 vs 플라스틱’으로 정해 ‘플라스틱 종식’을 말하고 있습니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60%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이 없는 미래를 건설하자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플라스틱의 영향에 대한 정보 공개 향상, 더 많은 인간 건강 영향 연구,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단계적 폐지, 패스트 패션 종식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말 낸 ‘탈 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입법·정책 방안’ 연구를 보면 유엔환경계획(UNEP)도 플라스틱 생산, 소비, 수거·선별·재활용 단계에서 각국이 ‘탈플라스틱’ 사회로 갈 수 있도록 권고를 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이용 업체에게 플라스틱세를 부과한다거나, 플라스틱 최소 재활용율을 법정화하는 방안,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보증금 반환 계획 수립, 플라스틱 매립·소각세 도입 등 제안도 들어 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하지만 5차 회의를 진행할 한국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비닐봉지·플라스틱 빨대 등에 대한 사용 금지를 철회한다고 밝혔죠.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종이 빨대를 대체품으로 생산하던 업체들의 상황이 힘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감사원이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전국 확대하라’고 통보까지 했으나, 환경부는 확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환경부는 ‘자발적 일회용품 줄이기’를 강조하고 있어요.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기존 석유화학 업체들은 플라스틱을 사양 산업으로 보고 철수하려 하지만, 정유사들은 신규 진출하려 하고 있는 탓에 정부가 ‘플라스틱 1차 원료의 생산을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석유화학 산업은 바이오 플라스틱, 플라스틱 재활용을 강화하고 있는데, 1차 플라스틱 원료 생산에 대한 규제가 한국 산업 입장에서는 좋은 점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5차 회의를 진행하고, 의제를 설정할 국가로서 석유로 만든 1차 플라스틱 생산은 줄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더 알아보려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것처럼 하더니, 규제하지 않는 정부 정책의 변화에 오히려 힘들어지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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