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년 이후 임시직 비중 OECD 최고… ‘계속고용’ 길 터야|동아일보


한국 중년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이 선진국 중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남성은 중년 이후 정규직 일자리를 그만둔 뒤 비정규직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고, 출산·육아를 위해 일터를 떠났던 여성들이 다시 취직할 때도 임시직이 되는 비중이 높아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55∼64세 근로자 가운데 임시직 비중은 남성 33.2%, 여성 3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제일 높았다. 남성 8.2%, 여성 9.0%인 OECD 평균의 3배가 넘고, 2위인 일본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다. 특히 한국의 남성 근로자는 40대 중반, 여성의 경우 30대 중반 이후 근속연수가 더 늘지 않고 비정규직 비중만 증가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선 중년 이후 근속연수가 오히려 더 길어진다.

한국 근로자의 일자리 안정성이 중년 이후 뚝 떨어지는 이유로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가 꼽힌다. 국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약 60%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임금이 생산성보다 더 오르는 데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은 중장년층 근로자를 조기에 퇴직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한 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강력한 노동 규제까지 겹쳐 중년 이상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에도 정규직으로 뽑는 걸 꺼린다.

2019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년 이상 노동력의 효과적 활용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 2032년까지 국내에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89만4000명이나 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다만 호봉제를 유지한 채 노동계 요구처럼 법정 정년 60세를 기계적으로 연장할 경우 임금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청년층 채용을 줄여 세대 간 갈등만 키울 공산이 크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임금제도 개혁은 참고할 만하다. 호봉제의 원조 격인 일본은 20여 년간 꾸준히 직무성과급제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일본 정부는 정년을 늘리는 대신 기업들이 퇴직 전보다 낮은 임금에 은퇴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유도했다. 일본 경제가 30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이런 개혁이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노사정도 당장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대신 중장기적인 일자리 안정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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