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 증원 2000명 ‘대못’… 이제 책임은 정부로|동아일보


20일 용산구 전쟁기념관앞에서 열린 경기도의사회의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수요 반차 휴진 집회’에서 이동욱 회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같은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송은석, 김동주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정원을 총 2000명 늘리고 대학별로 배정한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비수도권 의대에 전체 증원 인원의 82%에 해당하는 1639명을, 경기와 인천에 나머지 361명을 배정했다. 의료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서울 지역의 정원은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또 지방 거점 국립대 7곳은 각각 정원을 국내 최다인 200명으로 늘려 지역 의료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초 4월로 예정했던 발표를 앞당긴 건 증원 규모에 ‘대못’을 박아 사태의 결말을 지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음 달쯤 각 대학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발표하면 정원은 사실상 변경이 어렵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당부한 지 이틀 만에 이 같은 발표가 나오면서 의사들의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권 퇴진 운동을 거론했고,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성균관대 등의 의대 비대위 교수들도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했다. 의정(醫政) 모두 퇴로가 끊겨 갈등이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정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지만 현 의대 정원의 65%가 넘는 인원을 한꺼번에 늘리는데 교육이 충실하게 될지 우려된다. 지역 교육 현장에선 “교수도, 실습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을 새로 뽑겠다지만 지금도 구인난을 겪는 지방 의대에 지원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졸업생의 수련도 문제다. 충북대병원은 지금도 매년 약 48명의 레지던트를 간신히 수련시키는 실정인데 충북대 의대는 정원이 약 4배로 늘어난다. 증원으로 배출된 의사 인력 상당수가 여전히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정착할 공산이 크다.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데 ‘원점 재검토’만 고집하며 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난 의사들 잘못도 크다. 하지만 27년 만의 의대 증원을 맞아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건 정부다. 의대 증원 논리를 제공한 의료 전문가들의 750∼1000명 증원 제안도, 의학한림원의 의료계 합동연구 제안도 듣지 않았다. 25일부터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하기 시작하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의료 현장의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증, 응급환자마저 손을 쓰지 못해 불의의 사망자가 속출하게 되면 누가 어떻게 책임지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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