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제치고 흥행→티켓 기부 유행시킨 美영화, 정체는|동아일보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 컷

“모두가 이 이야기를 이어갈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마케팅할 거대 투자배급사의 자본은 없지만 우리에겐 당신이 있습니다. 배턴은 당신에게 넘겨졌습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러 올 수 있게 만들어 줄 당신이 바로 스토리텔러입니다.”

영화가 끝난 1분30초 뒤, 주인공 제임스 카비젤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스토리텔러가 돼 달라 호소한다. ‘페이 잇 포워드’라고 불리는,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시스템을 통해 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당부다. 한국에서는 ‘페이 잇 포워드’를 ‘릴레이 티켓’이라는 조금 더 접근성 쉬운 용어로 바꿨다.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다음 사람을 위한 티켓을 구매하고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기부를 통해 무료로 본 영화의 가치에 동의한다면, 다음 사람을 위한 티켓을 사면 된다. 감상이야 제각각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정적으로 동조하지 않기 어렵다. 인신매매 당한 아이들을 구출한 한 영웅의 뭉클한 실화, 그리고 그를 연기한 제임스 카비젤의 연설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 ‘미션 임파서블’ 흥행 기록 제치고 티켓 기부 운동까지

‘사운드 오브 프리덤’ 포스터‘사운드 오브 프리덤’ 포스터

국내에서 오는 21일 개봉하는 ‘사운드 오브 프리덤’(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은 참혹한 아동 인신매매의 실체를 알게 된 정부 요원이 밀매된 아이들을 구출 하기 위해 진행한 잠복 구조 임무의 과정을 담은 범죄 스릴러물이다. 영화는 미국 국토안보부에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근무했던 요원 팀 밸러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팀 밸러드는 2006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뒤 성매매에 이용당한 다수의 아이들을 처음 구출하고, 2013년 퇴사 후 아동 구조 전담 기구인 ‘O.U.R.’(Operation Underground Railroad)를 설립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O.U.R’은 현재까지 4000건 이상의 작전에 참여했으며 약 6500명의 범죄자를 소탕하고, 6000명 이상의 여성과 어린이들을 구출한 조직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7월에 개봉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1450만달러(약 193억원)가 들어간 할리우드 기준, 저예산 독립 영화다. 할리우드 스타 멜 깁슨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에서 예수 그리스도 역할을 맡았던 제임스 카비젤이 주인공 팀 밸러드를 연기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지난해 미국 내 개봉작 흥행 10위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북미 흥행 수익은 8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1억8417만7725달러(약 2446억원)인데, 이는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1억7448만468달러)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1억7213만5383달러)보다 높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톱스타 배우가 주연을 하거나 대형 스튜디오가 배급한 영화가 아님에도 제작비 대비 1700%에 이르는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을 거뒀다. 흥행의 배경에는 크라우드 펀딩 및 ‘페이 잇 포워드’ 같은 관객 참여 마케팅의 성공이 있다. 이 영화는 초반 마케팅 비용 500만달러(약 66억원)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했다. 또한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페이 잇 포워드’라는 시스템으로 연결해 많은 이들이 영화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국내 배급사 NEW에 따르면 ‘페이 잇 포워드’ 시스템으로 전세계 55개 국가에서 현재까지 구매된 티켓은 약 3000만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관객들이 ‘페이 잇 포워드’ 시스템으로 기부된 티켓을 통해 무료로 영화를 관람하고 또 티켓을 기부하며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

◇ 미국 보수 집결 영화라고? 다분히 논쟁적이지만…

사실 미국 내에서 ‘사운드 오브 프리덤’가 인기에 불이 붙을 수 있었던 데는 영화가 차지하게 된 정치적 상징성이 컸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2018년 제작된 작품이지만 개봉까지 5년이 걸렸다. 영화의 배급을 맡은 20세기폭스사가 2019년에 디즈니로 합병됐는데, 이후로는 영화의 개봉 가능성이 묘연해졌다. 시간이 흐른 후 영화의 제작자 중 한 명이 디즈니와 1년여의 협상을 걸친 끝에 배급 판권을 되찾아왔고, 저예산 기독교 영화들을 배급해온 엔젤 스튜디오에서 극장 배급을 맡게 됐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실제 주인공인 팀 밸러드(제임스 카비젤 분)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전통적인 중산층 백인이다. 그는 아동 성매매 이슈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국-멕시코 간 국경장벽을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장벽을 지지한 보수주의자들 일부는 국경을 넘어온 남미 여러 나라 아동들이 미국 내에서 성매매에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이는 큐어넌(QAnon)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극우주의 음모론 단체의 주장과도 연관성이 있으며, 그 때문에 이 영화는 미국 영화 산업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는 진보주의자들에게 반감을 일으킬 만한 요소들이 충분했다. 한편으로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PC주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진보적인 스튜디오 디즈니가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개봉을 ‘의도적’으로 미뤄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 내 이념 갈등 속에서 이 영화는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외면 받고,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작품으로 부상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멜 깁슨,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 유명 보수주의 논객 벤 샤피로 등이 이 영화를 지지해 홍보에 힘을 실어줬으며, 이들의 지지가 보수층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 공개된 영화는? 실화의 힘 강력한 범죄 스릴러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 컷‘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 컷

영화를 둘러싼 논쟁을 차치하고, 내용은 어떨까. 영화는 288명의 성 범죄자들을 검거한 팀 밸러드가 성착취 대상으로 여겨지는 아동들을 직접 구출하기 위해 남미로 떠나는 과정을 전통적인 할리우드 방식으로 그려낸다. 올곧은 신념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과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 성매매 목적 관광객인 척 위장해 이벤트를 만들고, 기지와 인내로 아이들을 구해내는 장면들은 케이퍼 무비와 휴먼 드라마를 오간다. 순간 순간 등장하는 주인공의 강력한 종교적인 신념, 성경 인용 대사 등은 흐름상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나 영화의 배경에 크게 집중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신경쓰지 않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은 강력한 무기다. 팀 밸러드는 실제 성매매 집단에 인신매매 당해 팔려간 어린 십대 남매를 구출해 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맺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위해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떠난 한 인간의 여정에 감동하지 않기는 어렵다.

NEW의 관계자는 “북미 개봉 당시 독립영화임에도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를 뛰어넘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작품에 공감하는 관객들의 힘이 보태진 값진 결과다, 이는 개봉국을 55개로 확장하며 글로벌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돈이 없어서 이 영화를 못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는 주연 배우 제임스 카비젤의 메시지는 ‘페이 잇 포워드’ 동참으로 이어졌다”며 “영화가 가진 힘에 주목해 달라”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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