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기본 덕목은 식재료… 계절을 테이블에 올린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요조라’ 오재성 셰프

日 삿포로 가이세키집서 2년 반 일해
다양한 식재료 손질법·계절감 익혀
반딧불 모티브 코스 요리 기억 남아
현재 숯 기반 오마카세 요리 선보여
구운 고등어 올린 탄탄멘 시그니처
식재료의 맛 살린 제철솥밥도 인기

요조라의 오재성 셰프를 만났다. 오 셰프는 18세 즈음에 처음 요리에 관심을 가졌다. 집에서 어머니의 요리를 도와드린 것이 작은 계기다. 이에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한·양식조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다. 첫 직장은 서울 종로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로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업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기본적인 칼질, 재료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오재성 셰프

청강문화산업대학에 진학한 뒤 조리병으로 군 복무를 했는데 군대에 있는 기간 동안 어떤 요리를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어에 관심이 많아 일본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제대 뒤 삿포로에서 유학도 했다.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과를 졸업한 뒤에는 삿포로 마루야마 엘름가덴 가이세키집에서 2년6개월 정도 근무하고 삿포로 프렌치 레스토랑 모리에르(미슐랭 3스타)에서 근무했다.

오 셰프가 생각하는 요리사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식재료로, 특히 엘름가덴에서 훌륭한 최상의 재료를 많이 접했다. 사계절 각지에서 올라오는 야채, 생선, 육류 등의 손질법을 익혔고 특히 한 달 먼저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가이세키의 요리 정신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 많이 체험했다. 요리사의 본분과 역할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라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닫게 되었다.

붕장어 버거

엘름가덴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한 반딧불 코스 요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전채(핫슨)요리에서는 계절감을 나타내고자 큰 검은콩에 금박을 붙여 반딧불을 만들었다. 또 잠두콩에 검은깨로 눈을 붙여 개구리를 만들고, 꽈리로 호롱불을 표현했다.

코스요리를 마치고, 레스토랑 불을 끈 뒤 정원으로 나가서 반딧불을 처음으로 감상했을 때 충격을 많이 받았다. 자연과 그 시기의 계절감을 표현한 요리를 테이블 위에서 한껏 즐기고 그 모습을 다시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그림이나 사진 같이 프레임 안에 있었던 무생물이 바로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신선한 느낌이었다.

제철솥밥
참숯훈연통닭구이

오 셰프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곳은 숯을 기반으로 하는 요리를 선보이는 숯불 오마카세 요조라이다. 기존에 많이 접하는 야키토리, 로바다야키와 같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면서, 인간과 가까운 숯을 조금 더 다양하고 친숙한 형태로 알리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조리법은 훈연, 훈제, 직화구이 등 다양하다.

 

오 셰프를 표현할 수 있는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고등어탄탄멘. 돼지고기 대신 신선도가 좋은 고등어를 깔끔하게 손질해 구운 뒤 살을 먹기 좋게 전부 손으로 바른다. 고등어 머리와 뼈대는 다시마육수에 한 번 더 우려내어 육수로 만들어서 간 통들깨, 고등어 구운 살, 다진 마늘, 양파, 국간장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삶은 면과 튀긴 대파, 고추기름, 적시소잎, 고추장아찌를 그릇에 같이 담아서 마무리한다. 들기름을 가볍게 섞어 먹다가 중간중간 다시마식초를 조금 끼얹어서 기호에 맞게 먹는다.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낸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제철솥밥이다. 사계절을 요리로 표현한다는 것은 오 셰프에게 항상 설레는 일이며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식재료로 밥을 짓는다면 만족감은 극에 달하게 된다. 솥밥의 포인트는 주재료인 쌀이다. 일단 쌀은 깨끗이 씻어서 정수한 물로 불린다. 오 셰프가 생각하는 솥밥의 가장 맛있는 타이밍은, 전분의 호화가 일어나고 완전한 뜸이 들기 직전이다. 너무 질척거리지도 않고 쌀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전분질이 쌀 사이사이 한 올 한 올에서 느껴질 때 쌀의 씹는 맛도 느낄 수 있다. 바로 여기에 각지에서 나오는 제철 식재료를 더하고, 특히 재료에서 나오는 수분이나 유분이 섞이면 쌀알 한 올 한 올이 코팅돼 최고의 솥밥이 탄생된다.

오 셰프는 식재료, 자연,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단순한 끼니가 아닌 가치를 지닌 요리는 진심을 다하는 사람의 손끝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먹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여 만드는 것이 진짜 요리라고 여긴다. 작고한 임지호 요리연구가는 “잡초 또는 이끼일지라도 자연 속에서 인간과 살아가는 데는 존재의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말했는데, 오 셰프는 이것이 요리를 하는 본질적인 이유이고 앞으로 오 셰프의 요리가 만들어낼 세계관이라고 믿는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될 수 있는 요리들을 숯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선보이고 있는 오 셰프 요리의 다양한 형태가 기대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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