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2시간 벽’ 도전, 교통사고로 멈추다|동아일보


양치기 소년서 세계적 마라토너로

2시간35초 세계기록 보유자 킵툼

케냐서 교통사고 25세 나이로 숨져

“놀라운 유산 남긴 그를 그리워할 것”

11일(현지 시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켈빈 킵툼이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기록(2시간00분35초)을 세우며 우승한 모습. 시카고=AP 뉴시스

켈빈 킵툼(케냐)은 풀코스(42.195km) 세 번째 도전이던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기록(2시간00분35초)을 새로 썼다. 많은 마라톤 전문가들은 그를 ‘서브2’(2시간 이내에 풀코스 완주) 기록을 남길 수 있는 1순위 후보로 평가했다. 그러나 킵툼은 24번째 생일로부터 71일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계육상연맹(WA)으로부터 세계기록을 공인받은 뒤 닷새 만이었다.

AP통신 등은 킵툼이 이날 오후 11시경 케냐 리프트밸리 지역 엘도레트 인근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킵툼이 운전하던 차가 도로를 벗어나 나무와 충돌한 뒤 도랑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킵툼을 마라톤으로 이끈 게르바이스 하키지마나 코치(르완다)도 37세를 일기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킵툼은 어린 시절 고향 마을 쳅사모에서 염소와 양을 키우며 살았다. 사고 현장에서 수십 km 떨어진 곳이다. 그러다 케냐로 전지훈련을 온 선수를 따라 13세 때 육상을 시작했다. 운동화를 장만할 여유가 없어 2018년 지역 육상 대회에 운동화를 빌려 신고 출전한 적도 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 훈련을 시작한 킵툼은 이내 두각을 드러냈다.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2022년 12월 발렌시아 마라톤에서 풀코스 데뷔 선수 역대 최고 기록(2시간1분53초)으로 우승했고, 지난해 4월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1분25초로 역시 우승하며 역대 2위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엘리우드 킵초게(40·케냐)가 2022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웠던 이전 기록(2시간1분9초)을 34초 앞당기며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킵툼은 로테르담 마라톤(4월) 출전을 앞두고 훈련 중이었으며 파리 올림픽(8월)에서도 우승 1순위로 평가받고 있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마라톤 2연패에 성공한 킵초게와 나란히 케냐 대표 선수로 선발된 킵툼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킵초게를 만나는 건 신나는 일이다. 나는 그와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배스천 코 WA 회장은 “놀라운 유산을 남긴 운동선수, 킵툼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의 가족, 친구, 팀 동료와 케냐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킵툼이 세계기록을 세운 시카고 마라톤의 케리 핀코스키 이사는 “시카고 거리에서 그의 위대함을 목격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마라톤이라는 스포츠는 비극적인 상실을 겪었다”고 추모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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