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진상’이 될 수 있다…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예절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임 음악감독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지난달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공연장에서 이른바 ‘진상’을 만나 기분이 상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도 누군가에게 ‘진상’이 될 수 있다. 공연(公演)은 ‘음악, 무용, 연극 따위를 많은 사람 앞에서 보이는 일’이라는 말뜻 그대로 다른 사람과 함께 보는 것이다.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티켓값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예절도 필요하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예절을 소개한다. 어렵지 않다.

박수와 ‘브라보’는 때를 지켜주세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은 마지막에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쓸쓸하게 잦아들면서 퍼지는 잔향이 주는 감동이 일품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에선 지휘자 만프레드 호네크가 지휘봉을 내려놓기도 전에 한 관객이 혼자 “브라비!”라고 외치며 박수를 쳐 감동을 날려버렸다. 때를 모르는 박수는 공연을 망친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객석을 향해 인사할 때 박수를 쳐도 늦지 않다. 오히려 일찍 치는 박수는 이른바 ‘안다 박수(곡이 언제 끝나는지 안다는 사실을 자랑하듯 성급하게 치는 박수)’로 보여 주변 관객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곡이 끝나기 전까지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쳐서는 안 된다. 통상 교향곡은 4개 악장, 협주곡은 3개 악장으로 구성된다. 그날 공연에서 연주하는 곡이 몇개 악장으로 구성됐는지는 미리 알아두고 감상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너무 헷갈린다면 다른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지 눈치를 보고 따라서 치면 된다. 남들보다 몇 초 늦게 박수를 친다고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연주자에게 보내는 찬사는 이탈리아어 표현이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공연의 주체가 남성이라면 ‘브라보(Bravo)’, 여성이라면 ‘브라바(Brava)’, 남녀 혼성이거나 단체라면 ‘브라비(Bravi)’를 쓴다. 이탈리아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너무 복잡한 예절이다. 그냥 편하게 ‘브라보’라고 외쳐도 감동은 연주자에게 충분히 전해진다.

앙코르 연주를 촬영하지 마세요

클래식 공연은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연주를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것을 금지한다. 무대를 떠났던 연주자가 다시 무대에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만 촬영을 허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커튼콜 이후 연주자가 관객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앙코르 연주를 할 경우에도 당연히 촬영 금지다. 하지만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는 ‘도촬’ 관객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최고 인기 피아니스트 임윤찬·조성진의 앙코르 연주 때는 공연장 직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모두 제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관객이 영상을 촬영하는 참상이 벌어지기 일쑤다. 진정 연주자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스스로 자제해야 할 행동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해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해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지난해 1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지난해 1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휴대전화는 반드시 꺼주세요

클래식 공연에서 휴대전화 벨소리는 최악의 적이다. 아름다운 음악에 기관총을 갈기는 ‘테러 행위’에 가깝다. 심지어 공연 중에 태연하게 통화를 하는 철면피도 종종 출몰한다. 공연 시작 전에 반드시 휴대전화를 끄거나 ‘무음 모드’로 바꿔야 한다. ‘진동 모드’도 조용한 공연장에선 또렷하게 들린다. 일본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산토리홀은 1999년 전파차단기를 도입해 벨소리를 원천 차단했다. 한때 한국 공연장들도 검토했지만 전파법 등의 위반 문제가 있어 불발됐다.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2011년 내한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연주할 때 1분 가까이 벨소리가 울린 사건이 있었다. 그날 오케스트라는 열띤 환호와 박수에도 앙코르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공연을 마친 샤이는 “연주를 강행했지만 오늘 연주는 분명 벨소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연 중 대화하지 마세요

대화 금지는 기본 중의 기본 상식이지만 완벽하게 지켜지는 공연을 만나기 어렵다. 클래식 공연은 확성장치 없이 악기와 사람의 순수한 소리만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클래식 공연장은 작은 소리도 구석까지 잘 전해지도록 설계됐다. 소근거리는 귓속말이 주변 관객에게는 끔찍한 소음이 된다. 감상은 공연이 끝난 뒤 나눠도 늦지 않다. 특히 어린이 관객은 긴 공연 시간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관심에 맞는 공연을 골라야 하며, 사전에 공연 관람 예절도 꼭 알려줘야 한다.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C)Todd Rosenberg Photography. 크레디아 제공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C)Todd Rosenberg Photography. 크레디아 제공

기침이 나올 때는 입을 가려주세요

날씨가 건조해지는 계절이 되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관객이 많다. 마스크나 옷소매 등으로 입을 가리면 소리를 줄일 수 있다. 목 상태가 좋지 않다면 물을 마시거나 청량감이 강한 사탕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연장에 다른 음료수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지만 물은 허용된다.

연주자들은 최상의 연주를 펼치기 위해 감각의 날을 극도로 예민하게 세운 상태다. 2016년 1월 이탈리아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미국 시카고 심포니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할 때는 객석에서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자 무티가 연주를 잠시 중단시킨 일도 있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18년 전국 순회공연을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관객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관객께서 공연 도중에 기침하셔도 됩니다. 나오는 기침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다만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더 좋은 연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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