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건축왕 100년형 못 때리는 이유?…“피해자는 평생 고통”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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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경제사범에 800년형도 선고
우리나라는 역대 최대 40년 그쳐
미국 ‘병과주의’로 100년 이상 선고 가능
‘가중주의’ 韓 유기징역 최대 50년까지
148억대 전세 사기 ‘건축왕’은 15년형
‘경제적 살인’ 행위 처벌 강화 목소리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씨의 한국 송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권씨가 우리나라로 올 경우 재판에서 받게 될 형량을 놓고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경제사범에게 100년이 넘는 징역형까지 부과하지만, 법 체계가 다른 우리나라에선 역대 최대 형량이 40년에 그친다. 지난달에는 100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건축왕’ 남모(62)씨의 1심 형량이 15년에 그치면서 ‘경제적 살인’ 행위에 해당하는 사기 등의 범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병과주의’ 美에선 권도형에 100년형 이상 선고 가능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애초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결정했지만, 권씨 측의 끈질긴 ‘법정 다툼’ 끝에 한국 송환으로 바뀌었다. 다만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이 21일 “법원은 권한을 넘어서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 범죄인 인도국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현지 대법원에 권씨 송환에 대한 적법성 판단을 요청했고, 대법원은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권씨의 한국 송환을 연기한 상황이다.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오른쪽)가 지난해 3월24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현지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AP뉴시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암호화폐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권씨의 한국행 여부가 더 눈길을 끈 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을 때 선고될 형량이 미국과 한국에서 차이가 클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금융범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100년형 이상까지 선고될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선 그보다 낮은 형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동시에 여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병과주의’를 적용한다. 각 혐의에 대한 형량을 합산해 최종형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달러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한 바 있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 2009년 6월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은 약 650억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메이도프에게 징역 150년을 선고하고 벌금 1700억달러와 부동산 및 차량·보트 등 전 재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맨해튼 연방검찰은 메이도프가 증권사기, 투자자문 사기, 돈세탁, 편지·전화 사기, 허위 문서, 위증 등 11개 혐의를 저질렀다고 보고 형을 병과해 징역 150년을 구형했다. 메이도프의 변호사는 징역 12년형을 주장하며 맞섰지만 결국 150년형이 확정됐다. 메이도프는 선고 당시 71세였으며, 2021년 교도소 의료시설에서 8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2000년 뉴욕 사업가 출신인 숄람 와이스는 내셔널 헤리티지 라이프 인슈어런스에서 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사기를 벌였다가 845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가중주의’ 한국은 유기징역 선고 시 최대 50년

 

우리나라는 유죄로 인정된 여러 개의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높은 혐의를 기준으로 가중 처벌(동종 형일 경우 해당)하는 ‘가중주의’를 택하고 있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는 ‘각 죄에 대해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외의 같은 종류의 형인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多額)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대해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형법은 유기징역의 경우 상한을 30년으로 두고, 형을 가중할 때는 최대 50년형까지만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권씨에게는 우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경법은 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만약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기징역형이 내려져 가중되면 권씨의 형량은 50년 이내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과 특경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되면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지만, 암호화폐의 증권성 등을 두고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어 실제 어느 정도 형량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처벌이 더 강한 미국으로 권씨가 송환되는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선 피해 배상을 놓고 보면 권씨가 우리나라로 송환되는 것이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소송 진행 등의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 경제사범에게 내려진 최대 형량은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2022년 확정된 징역 40년이다. 김 전 대표는 이후 별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또 넘겨졌고, 올해 초 대법원은 징역 3년을 추가로 확정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건축왕, 징역 15년 그쳐…“사기죄 법정최고형량 높여야”

 

경제적 살인 행위에 해당하는 사기죄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특히 148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기소된 ‘건축왕’ 남씨가 징역 15년형을 받은 점이 불을 붙였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지난달 7일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50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형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 최대로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이 15년인 탓이다.

 

오 판사는 당시 판결문을 낭독하면서 이례적으로 사기죄의 법정최고형 형량을 높이는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오 판사는 “사기죄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한도는 징역 15년에 그치고 있다”며 “현행법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의 안정을 파괴하고 취약계층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의 경우 특경법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특경법상 사기죄는 피해자별 피해액이 5억원을 초과해야만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소액 피해자가 많은 전세 사기에 적용이 어렵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지난해 4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경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해당 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어 사실상 21대 국회 내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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