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강남 청약에 4만6000명… 집값 상승 기대심리 살펴야|동아일보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최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화제가 된 소식은 아마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청약 결과일 것이다. 특별공급에 1만18명, 1순위 청약에 3만5828명이 몰려 총 4만5846명이 청약했다.

물론 2020년 서울 성동구 ‘아크로 포레스트’ 무순위 청약에 26만 명이, 지난해 ‘흑석자이’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 93만 명이 몰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초구가 규제지역인 데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기 때문에 서울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사람만 청약이 가능했다. 또 준공되면 바로 입주해 의무거주기간을 채워야 한다.

분양가를 보면 더 놀랍다. 전용면적 43㎡는 10억6300만∼12억4300만 원, 49㎡는 13억3700만∼15억3000만 원, 59㎡는 17억3300만∼17억4200만 원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지만 공사비 인상 등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를 찍었다. 분양가의 20%에 해당하는 계약금만 최소 2억 원이 넘는다. 계약은 당장 2월 말이다. 현금으로 2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언제든 집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수요가 서울 내에만 4만 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특별공급도 화제가 됐다. 49㎡ D타입에서 다자녀 특공으로 1채가 나왔는데, 한 명이 1순위 당해 지역(서울 거주자 대상)으로 청약한 것이다. 경쟁자가 없어 스스로 포기하지 않거나 결격사유가 없는 한 당첨된 것이나 다름없다. 단, 자녀가 최소 2명 이상이라는 얘기라 당장은 직접 거주해도 향후 이사를 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과연 실수요자라고 봐야 할지, 특공 취지에 맞는지를 놓고 논란 아닌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인근 단지 시세와 분양가가 5억 원 이상 차이가 나니 시세차익을 기대한 사람들이 무리해서라도 청약에 나선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시세차익은 지금 당장 집이 팔렸을 때의 얘기일 뿐, 입주한 뒤의 시세나 시장 상황은 모를 일이다. 실거주 의무도 있으니 바로 팔 수도 없다. 이런데도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청약했다는 것은 그만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시장에 깔려 있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가격은 38주 연속 오르고 있고,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은 66.8%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다. 전세가격이 오르고 전세가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향후 ‘갭 투자’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벌써부터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분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만들어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올해도 다시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아직은 기존 대출을 대체하는 대환대출 수요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선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하락한) 집값은 정상범위”라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27조 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은 그 자체로 시장 개입이다. 정부가 나서 불필요한 거품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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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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