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김헌 “진정 인생을,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진리를 추구한다” [김용출의 한권의책]


세상 만물을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최초의 철학자로 평가되는 고대 그리스 탈레스는 늘 세상과 만물을 고민했다. 모든 만물은 근본적인 하나의 요소에서 시작하고 그것이 모이거나 흩어지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은 하나의 원리로 움직이고 사람도 그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기에 살아 있으나 죽으나 큰 차이가 없다며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록 세상의 근본 요소를 물로 보는 그의 견해는 현대 과학에서는 부정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이나 다양한 현상들 너머에 하나의 근본 요소나 원리가 있다는 생각은 현대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습. 북루덴스 제공

튀르키예 서쪽에 있는 해안도시 밀레토스에서 태어나 기원전 546년 일흔 아홉의 나이로 떠난 철학자 탈레스는 국제 정세와 현실 정치에도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줬다. 그러니까 페르시아의 퀴로스 왕이 메디아를 정복하고 서쪽으로 확장해 오면서 뤼디아와 전쟁을 하게 됐다. 이때 그는 밀레토스는 뤼디아의 동맹에 참전하지 말고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뤼디아 동맹에 참여하지 않았다. 나중에 밀레토스는 페르시아가 뤼디아를 정복했을 때 보복을 당하지 않았다.

 

“세상 만물은 변화하고 운동하고 생성 소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그것대로 진실이다. 하지만 보이는 그대로만은 아니다. 이런 모든 변화무쌍한 현상들을 일으키는 네 가지 근본 원소가 있는데, 그것들은 결코 생성 소멸하지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들이 서로 결합하고 흩어지면서 마치 만물이 생성 소멸하고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운동도 그런 현상으로 나타난다.”(70쪽)

 

시칠리아섬 남서부 아크라가스의 저명한 집안 출신으로 의사이자 정치가 등으로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흙과 물, 불, 공기의 네 가지 변화하지 않는 근본 원소가 사랑으로 결합하거나 불화나 증오로 흩어지면서 만물을 형성하거나 해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4원소론’이다.

 

엠페도클레스는 현세의 삶에 따라서 내세에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윤회’를 믿었을 뿐만 아니라 윤회에도 단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고의 단계는 신이 되는 것이고 자신은 신이 된다고 믿은 그는, 예순 살에 에트나산 꼭대기에 올라가 분화구 속으로 뛰어들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상은 수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고 ‘철학자’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수학자이자 철학자 피타고라스, 자신의 철학적 신념에 따라 죽음도 불사한 헤라클레이토스, 만물의 근원을 순수 물질인 원자로 본 데모크리토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교수인 저자는 책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북루덴스)에서 철학자의 삶과 그 속에서 이뤄진 철학적 사유를 함께 살펴보는 하이데거의 방법을 따라서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의 사유를 그들의 삶과 함께 살펴나간다.

 

자연주의 철학자를 먼저 살핀 저자는 이어서 ‘지식 장사꾼’이라거나 논쟁에서 이기는 법만 가르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소피스트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궤변론자’로 알려진 소피스트들의 삶과 철학적 사유를 조명한다. 판단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의미로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주장한 프로타고라스, “있는 것은 없다, 있다고 해도 알 수 없다”는 말로 회의주의를 설파한 고르기아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며 사회적 강자를 문제 삼은 트라쉬마코스⋯.


이어서 서양 철학의 토대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삶과 철학을 탐색한다. 소크라테스는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며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힌다. 그런데 그가 최고의 현자로 꼽힌 이유는 바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무지의 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무지를 성찰하라는 의미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 역시 그의 말이 아니라 당시 고대 그리스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격언이었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투스쿨룸 대화』에서 소크라테스야말로 인간의 바깥으로 향하던 지성의 눈을 인간 안으로 돌렸다고 평했다.

 

“소크라테스가 처음으로 철학을 하늘에서 도시들과 인간들 안으로 불러들여 자리 잡도록 했고 집안으로 끌어들였으며, 삶과 죽음, 선한 것들과 악한 것들에 관해 탐구하도록 만들었다.”(15쪽)

 

소크라테스는 구름 위의 철학자가 아니었다. 석공의 자식이었고, 포티다이아 전투에 중무장 보병으로 참가하기도 했으며,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선 적어도 세 번의 전투에 참여했다. 나이차가 많은 크산티페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낳았다. “결혼해야 하나요?” 누군가 묻자, 그는 대답했다. “결혼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오.”

 

소크라테스는 나중에 고발당해 사형 선고를 받고 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그런데 그는 죽음이란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자신의 철학의 절정, 완성은 죽음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법정에서의 소크라테스를, 『파이돈』은 사약을 받고 최후를 맞는 순간을 볼 수 있다.

 

플라톤은 서양 철학의 가장 중요한 토대와 틀을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다. 스무 살 때 소크라테스를 만나서 9년간 제자로 지냈다. 그 역시 생전 최소 세 번의 전쟁에 나갔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20년 동안 학문에 매진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인간의 본성은 이성이고, 이상적 정치를 그려낸 저술 『국가』에서 철인정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저자는 플라톤의 저술과 관련해 초기 작품은 『소크라테스의 변명』, 중기 작품은 『파이돈』과 『국가』, 후기 작품은 『법률』을 각각 권했다.

 

책은 단순히 몇 개의 문장이나 요점이 아닌 서양 철학의 원형이 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삶과 그 삶에서 우러나온 철학적 사유를 마치 눈앞에 보는 듯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철학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이에 대한 대답을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에게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신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도시국가의 참주 레온이 묻자, 그는 ‘필로소포스’라고 대답했다. 레온은 다시 필로소포스가 무엇인지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생은 축제와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모여들죠. 어떤 이는 승리를 얻기 위해 경기하러 오고, 어떤 이는 돈을 벌기 위해 장사하러 옵니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이는 축제를 보려고 오는 관람객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노예근성을 타고난 이들은 화려한 명성과 물질적 풍요를 좇아가지만, 진정 앎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진리를 추구한답니다.”(33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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