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행사 확대 추진… 시민단체는 반발|동아일보


2025년엔 참전 8개국 정상 초청… 대규모 국제행사로 격상할 계획

조례 제정해 교육-추모사업 진행

평화복지연대 반대 성명 발표

“국제적 전쟁 도시 낙인 우려”

지난해 9월 15일 인천 중구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행사에서 해병대 상륙돌격 장갑차가 연막탄을 터뜨리며 전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가 2025년부터는 각국의 정상 등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로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기념행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조례 제정도 추진된다.

인천시의회는 시의원 8명이 공동 발의한 ‘인천시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 추진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5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심의·의결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례로 6·25전쟁의 대전환점이 된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인천을 ‘국제적으로 전쟁의 도시’로 고착시키려 한다는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 인천상륙작전 정신 계승해 ‘세계평화도시’로

조례안은 인천상륙작전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인천시가 교육·학술·문화·체육·관광사업과 참전용사 추모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시는 조례를 근거로 공공기관·민간단체와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공동 추진하거나 위탁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중앙부처, 다른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 체계도 구축하려 한다. 인천시장은 인천상륙작전 정신 계승·발전 사업에 공로가 인정되는 단체·개인을 포상할 수 있다. 여기에 유적지 발굴·보존, 기념시설 설치·관리 사업도 추진한다.

인천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행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행사는 매년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연합군이 나치로부터 유럽을 탈환하는 데 발판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행사는 1984년부터 프랑스 정부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데 ‘승전’ ‘안보’에서 ‘평화’ ‘화합’으로 행사 성격을 바꿔 ‘디데이 페스티벌 노르망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광 수익까지 거두고 있다. ‘화해와 외교의 장’으로 발전하면서 전 세계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시도 인천상륙작전 75주년을 맞는 내년 기념행사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 참전 8개국 정상을 초청하는 등 대규모 국제행사로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100주년이 되는 2050년까지 인천상륙작전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와 시설을 발굴·복원할 계획이다.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기념관을 인천상륙작전이 실제로 이뤄진 월미도로 옮겨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평화의 소중함을 후손에게 일깨워 주기 위한 기념사업은 자유·평화·화합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려 인천이 세계 평화 중심도시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단체 “전쟁 도시로 이미지 각인시킬 것”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인천시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 추진에 관한 조례제정은 인천을 국제적으로 전쟁의 도시로 고착시키고,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을 더 극대화해 인천을 불안한 도시로 이미지화할 것”이라며 “조례 제정 추진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도 지난달 29일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의회가 입법 예고한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대규모 기념행사가 제도적으로 고착된다”고 우려했다. 1950년 9월 10일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미군의 폭격으로 월미도에 살던 민간인 100여 명이 희생됐지만, 인천에 거주하는 피해 주민들은 2020년 5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매달 25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 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들은 “대규모로 열리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이 남북과 국제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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