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재형저축 재도입’ 공약…우려 나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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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공약개발본부 출범식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024 정책주문·배송프로젝트 국민택배’ 상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정치권으로부터 서민을 겨냥한 금융지원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근로자 재산 형성 저축)’을 재도입하고 24년째 5000만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도 1억원으로 늘리는 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의 경우 지난해에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탄력을 받았으나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재형저축 재도입에 대해서도 역대급 세수 부족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데 대한 우려와 함께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금리 수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지난해 금융당국은 “현행 유지”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합뉴스신용카드 소득공제.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30일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현행 예금자보호한도인 5천만원은 2001년 도입했다”며 “지난 20여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배 상승한 점을 고려해 보호 한도의 상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가 재점화됐었다. 국민의힘은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면 예금자 자산의 안전성이 강화되는 한편, 금리는 높지만 보호 한도 장벽이 있던 금융기관에 더 많은 예금액이 유입돼 금융기관 간 금리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예금보호 한도가 25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억 3000만원에 달한다. 프랑스나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이 10만달러 이상의 예금을 보호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한도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불과 4대월 전인 지난해 10월 금융위는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 현행대로 유지하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금융위는 보고서를 통해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 우려, 예금보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꼽았다.

우선 예금보호를 위한 재원은 각 은행과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하는 보험료로 조성되는데 한도가 상향되면 보험료율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예보료가 인상되면 대출금리 인상 등의 방식으로 고객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어 난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금융위 역시 “한도를 1억원으로 하면 금융사의 예보료는 최대 27.3% 상승한다”며 “보호 효과가 다소 강화되지만, 기금의 위험노출액 증가로 장기적으로는 예보료가 인상돼 금융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창출되는 이익은 5000만원을 초과해 예금할 수 있는 소수(1.9%)에만 국한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안정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늘릴 경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릴 수 있다. 금융위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발생해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은행이 망해도 예금을 전액 보장한다면 은행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고위험 투자를 늘리고, 예금자들 역시 잘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높은 이자를 주는 은행으로 몰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형저축 부활? 역대급 세수 부족에 금리 수준 관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후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이 담긴 국민택배를 들고 서울 강남구 휴레이포지티브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후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이 담긴 국민택배를 들고 서울 강남구 휴레이포지티브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근로자 재산형성저축) 재도입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30일 국민의힘은 “재형저축은 1976년 도입돼 연 10%가 넘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신입사원 1호 통장’이라는 별칭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며 “2030 청년층 자산 형성과 4050 중장년층 노후 준비 등을 위해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재형저축은 지난 1976년 도입돼 1995년 폐지될 때까지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다. 10% 이상의 고금리 시대에서 이자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직장인 재테크 필수 상품’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도입 20여년만에 재형저축 세제혜택은 전격 폐지된다. 시중금리 초과분은 정부가 보전해주는 구조에서 점차 재정여력이 부족해지자 폐지 수순을 밟았던 것이다.


이후 2013년 재형저축이 다시 부활했지만 정부 보조없이 비과세 혜택만 부여했다. 총급여 5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가 7년 만기를 유지했을 때 비과세 혜택을 줬지만, 4% 초반대 낮은 금리로 시장에선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번에 재형저축 재도입을 추진하는 국민의힘은 최근의 고금리 상황을 반영하고, 가입문턱도 낮추겠다고 했다. 또 기간 역시 중장기로 선택 가능하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면 재형저축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난해 ‘역대급 세수 부족’을 기록한 가운데 재형저축 비과세 혜택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세수 문제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과거 재형저축을 판매했던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시중금리와 비슷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이점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쏟아지는 정책금융상품의 혜택 수준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 의문”이라면서, “2013년의 저축상품 비과세 기준과 지금의 비과세 기준이 달라 잘 따져보고 가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형저축이 도입되면 결국 조달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대출금리를 인상시키는 요인이 된다.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는 대출금리 부담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금리 상승 등으로 안 그래도 비용이 상승하는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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