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직후에도 ‘저PBR·반도체株’ 강세…증시 훈풍 언제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상승 마감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 직후인 13일 국내 주식시장은 이른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강세가 연장되고, 미국발 AI(인공지능) 관련주 훈풍도 지속되면서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32포인트(1.12%) 오른 2649.64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9552억 원, 기관은 4905억 원 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3거래일 연속 상승 기록으로서,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영 계획에 대한 시장 기대가 끊이지 않는 기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일본 증시 정책을 참고해 준비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상장사들의 낮은 PBR을 끌어올릴 방안이 담긴다. 이 정책 예고의 효과로 지난달 말부터 자동차, 은행, 보험 등 PBR이 낮은 업종 종목들을 중심으로 주가 오름세가 지속되며 전체 지수 상승도 동반됐다.
 
2월 들어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 4025억 원 어치를 쓸어 담고 있는 외국인의 해당 기간 순매수 1위 종목도 저PBR주로 손꼽혔던 현대차다. 기아와 KB금융, 하나금융지주도 순매수 상위 10위권 안에 포진했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장중 26만 1천 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막판에 힘을 잃고 전 거래일 대비 1천 원(0.40%) 하락한 24만 9천 원에 마감했지만, 지난달 말 종가(19만 4600원)보다 약 28% 높은 수준이다. KB금융 주가는 장중 한 때 7만 11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며 시장 기대에 호응한 영향도 작용했다. PBR은 기업 보유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여러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계획 발표와 이행을 통해, PBR 지표의 분자인 시가총액을 늘리고 분모인 자본을 줄이는 방식의 지표 개선 노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코스닥시장을 통틀어 20개 상장사가 총 3조 1751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소각 규모 상위 5개 기업은 SK이노베이션(7936억 원), 삼성물산(7677억 원), KB금융(3200억 원), KT&G(3150억 원), 하나금융지주(3천억 원)이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상장사 자사주 소각 규모가 4조 7626억 원임을 감안하면, 불과 2개월 만에 빠르게 소각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고 엄 연구원은 평가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재차 확인된 ‘AI 열풍’도 국내 반도체 대형주 주가에 이날 추가 반영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00원(1.48%) 상승한 7만 52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7200원(5.04%) 급등한 15만 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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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7일(현지시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홀딩스는 지난 분기에 매출 8억 2400만달러를 기록했다며 시장 예상치(7억 6100만달러)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올해 1분기에도 AI 훈풍에 힘입어 매출이 8억 5천만~9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호실적 전망을 내놨다. 당일 뉴욕증시에서 종가 기준 77.01달러였던 이 회사 주가는 12일 148.97달러에 마감하며 3거래일 만에 93.4% 폭등했다.
 
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같은 날 장중 746.1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한 때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을 체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자체 반도체 생산망 구축을 위해 최대 9천조 원이 넘는 자금 유치에 나섰다는 소식도 최근 알려지면서 AI 열풍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국내외 증시가 과열된 만큼, 물가 악재 등이 부각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많이 쏟아지면서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에 발표될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문가 예상치(전년 대비 2.9% 상승)를 웃돌 경우 투자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도 “CPI 결과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투자자 기대에 기반한 ‘저PBR주 상승’ 현상은 한동안 이어졌던 만큼, 그 지속가능성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랠리는 곧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 도약은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추세적 상승이 동반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저PBR 업종 가운데서도 (지표 개선이) 지속 가능한 업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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