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위성정당 방지법’ 요구하던 野 의원은 다 어디로 갔나|동아일보


김지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6일 의원총회를 열고 22대 총선에서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만드는 안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전날 이재명 대표의 제안에 전원이 동의한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소수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양보해 다당제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지난 총선 때 처음 도입됐지만, 선거 직전 거대 양당이 경쟁적으로 ‘비례대표용 꼼수 위성정당’을 띄우면서 취지가 무력화됐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여당이 대놓고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공언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상대가) 반칙하는 상황에서 대응을 안 하면 국민 표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국민의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성정당을 만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어진 발언은 더 황당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의원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논쟁을 격렬하게 하되 당인으로서 (당에서) 결정하면 부족함이 있더라도 흔쾌히 따른다(는 것)”라고 했다. 결론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알아서 조용히 따르라는 거다. 속된 말로 “닥치고 까라면 까”라는 식이다.

이날 의총에는 이탄희, 김상희, 김두관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탄희 의원 등 30여 명은 지난해 11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비겁한 변명만 내고 있지만 민주당은 달라야 한다”며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당시 “정치학자 슈가트는 위성정당을 ‘퍼핏(Puppet·꼭두각시) 정당’이라 했다. 괴뢰정당인 것”이라며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해) 괴뢰정당을 만들지 말자”고도 했다.

같은 달 28일 민주당 의원 75명은 위성정당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국회 부의장 출신인 김상희 의원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준연동형 비례제로 소수정당 의석 확보가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른바 ‘위성정당’을 통해 제도 도입의 취지가 심하게 훼손돼 보완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위성정당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조목조목 잘 알던 의원들이 불과 3개월여 만에 위성정당 창당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과 달리 지금은 완전히 총선 공천 시즌 아니냐”라며 “누가 이제 와서 공천권을 쥔 당 대표의 뜻을 굳이 거스르려 하겠냐”고 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당내 분열과 이탈을 막기 위해 이 대표가 선거제 결정을 최대한 늦춰 공천 시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각자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로서 적어도 마지막 선거제 의총에선 끝까지 아닌 건 아니라고 했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역사의 한 기록으로라도 남기고, 추후 총선 과정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위성정당의 폐해를 새길 수 있었을 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만장일치 결정에 “북한인가”라며 “만장일치로 할 걸 지금까지 왜 이렇게 지지고 볶고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꼬았다. ‘닥치고 까라면 까’라는 이재명식 지침을 그대로 따른 민주당 의원들에겐 상당히 아프게 들릴 말 같다. 위성정당은 절대 안 된다던 민주당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나.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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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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